비참하게 차인 이야기_1 연愛

며칠전 내 아는 동생이 차였다. 그 동생에겐 첫연애였고, 난 항상 첫연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서투름이다. 마음은 아주 저멀리 혼자 달려나가지만 상대방은 이해해주지 못했겠지. 아마 그랬을거다. 그래서 널 부담스러웠 했을테고. 아마 이런 경험 몇번 더 하다보면 그때서야 좀 나아지겠지 연애의 스킬이. 그러다보면 나중엔 좋은 사랑할꺼야. 힘내라. 

아무튼 그건 그거고.........

그래서 그 동생이랑 술먹으면서 위로해줬던 이야기가 내 이야기다. 지금은 거의 생각안나고 술자리에서 떠올려봐도 이젠 안주거리의 감흥 정도지만 내가 여자를 대하게되는 방식을 결정하게된 계기가 된 일이었다.

고2때 짝사랑 하던 아이가 있었다. 교회에서 알게된 아이고 동갑이었지. 난 참 숫기가 없는 놈이어서 좋아하는 마음도 제대로 표현도 못해보고 맨날 멀리서만 바라보곤 했었다. 집도 근처였고 잘만하면 이야기도 많이 나눴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놈의 숫기 없음은 정말 어쩔수가 없었다. 그렇게  난 1년여를 주변을 맴돌기만하고 말을 나누더라도 친구 이상의 감정을 들키지 않을려고 혼자 끙끙 앓곤했다.

그래도 그 짝사랑의 열병이란게 어찌나 큰지 1년이 다 지나도 식지를 않았다. 그렇게 고3이 되고 도저히 이런식으론 공부도 연애도 뭣도 안될거 같아서 나름.....중대한 결심을 했다.

고백을 하자.

사람 마음이란게 참 웃겨서 그렇게 한번 마음 먹고나니 언제 어떻게 할건지 혼자서 술술 구상하게 되더라. 그래서 화이트데이날 고백을 하기로 했다. 선물을 사들고 그 아이 집앞에서 삐삐로 불러내었다. 왠일이야~하면서 나오는데 추리닝에 슬리퍼 ㅎㅎ 하긴 뭐 솔직털털한면이 매력이긴 했지. 그리고 내가 고백할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을테니까. 그렇게 나온 그 아이에게 난 선물을 주면서 그동안 너 좋아해왔어. 이거 받아줬으면해 라고 고백을 했다. 매우 떨렸고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아이도 깜짝 놀랐던지 어~어? 이게 뭐야? 라고 말을 했지만 그당시 나혼자 생각했을 때는 다행히도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대답은 당장 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생각해보고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난 말을 이었고 그 아이와 잘자라며 인사를 나누며 돌아왔다.

솔직히 고백하고 난 다음에는 매우 홀가분해졌다. 대답은 못들었지만 고백한 것 자체로도 괜히 들뜨고 기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뭐가 좋은지 계속 싱글벙글 거리며 왔다. 그리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기대를 살짝 하며 며칠이 지났고 교회에 갔다. 그런데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게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조금은 더 가볍게, 조금 더 편안하게 대해줬어야 했겠지만 난 그렇게 여자를 대하는 것에 익숙하진 못했다. 그렇게 한마디도 못나눈 상태에서 집에 돌아왔고 난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다면 한번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하며 빈손으로 이야기하긴 뭐해서 꽃다발을 샀다. 그 아이 집앞에서 삐삐로 음성을 남겼다. 긍정이던 부정이던 대답을 듣고 싶다나와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그 아이에게선 끝내 답이 없었다. 아 이렇게 차이는구나......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사왔던 꽃다발도 건내주지 못한게 너무 아쉬워서 그아이 집앞에 꽃다발을 두고 나와서 음성을 남겼다. 너 줄려고 사온거니까 가져가 라고, 그리고 먼 발치에서 가져가나 안가져가나 보았는데.

문이 열렸고 그 아이의 오빠가 두리번거리더니 꽃다발을 가져갔다.




......그래...... 뭐 이렇게 된거 공부나하자. 연애는 무슨 연애냐! 하면서 난 친구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새우깡 한봉지에 소주 한병을 까서 마셨고, 바로 머리를 6mm로 밀어버렸다. 모든걸 털기 위해서.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며칠후 나의 과외시간이 돌아왔고 나에게 영어 수학을 가르쳐주는 형이 왔다. 당시에 과외를 우리 집에서 했었는데 그때는 마침 나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형의 손에는 내가 그 아이에게 줄려고 했던 꽃다발이 쇼핑백 안에 넣어져서 들려있었다. 그렇다.....그 아이의 오빠가 바로 내 과외 선생이었다. 난 그 꽃다발을 보자마자 당혹스러워졌다. 그래 가져간건 알고있었는데 이걸 왜 가지고오지?

그 형은 나와 아무말 없이 책상에 앉더니 그 꽃다발을 꺼내서 내앞에 툭. 던졌다. 

너 지금 이거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냐니. 너 지금이 이런 짓할때야?  난 좋아해서 고백했을 뿐인데? 니가 정신이 있냐 없냐. 한창 공부할려고 해도 모자를 판에 왜 이러는건데? 내가.....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 

왜 일이 이렇게 된거지. 좋아한게 잘못인가. 왜 이걸 나에게 가지고 온거지? 그냥 나에게 직접 대답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이런식으로 나에게 가져오게 했어야했나. 이 형에게 다 말한건가. 그렇게 내가 부담 스러웠나. 뭐지......뭐지? 왜 직접 이야기 하지 않고 이러는거지.




그 형은 거의 30분 가까이 나를 훈계를 했고 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죄지은 마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얼굴만 빨개진채로 거의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비참했다. 사람을 좋아해서 고백한다는 것이 이렇게 비참하게 될 줄은 몰랐다. 1년동안 짝사랑하고 고백했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설마 말을 할줄은 몰랐다. 난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마치 나의 치부와 상처를 막 해집고 뒤엎고 벌린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완전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 오늘 과외는 못하겠고 다음에 보자 그렇게 그 형은 다시 돌아갔고....그리고 그 꽃은 어떻게 했더라.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아마......버렸던 것 같다.



나머지는 다음에.....

덧글

  • 리카 2011/06/21 09:25 #

    뒷이야기가 더 있나요? 이미 충분히 비참한 것 같은데ㅠㅠ
    그나저나 오랫만에 삐삐가 등장하는 글을 보네요. 옛기억이 새록새록!
  • 그리고나 2011/06/21 09:49 #

    충분히 비참한듯 하지만 더있습니다....비참의 끝을 찍어야죠 ㅠㅠ
    삐삐 추억의 물건이죠 오래된 기억이니까요. 10년도 더 됐네요 ^^;;
  • DUNE9 2011/06/21 10:39 #

    분명히 그 형은 한 여자의 오빠로써 이야기할수밖에 없었겠죠.
    남자로서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해줄수도 있었을텐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이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반응이 없어서 비참해졌던 경우랄까요..
    뭐 첫사랑이 다 그런것 아니겠습니까..;ㅅ;
  • 그리고나 2011/06/21 11:40 #

    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 아이를 위해 그랬겠죠. 제 마음이 그렇게 중요했겠습니까 그 형에게 ㅋㅋ 그치만 덕분에 좋은 경험했죠.

    첫연애는 아니고 첫고백하고 차인거지만......ㅎㅎ 참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해는 안갑니다.
  • 알케이 2011/06/21 14:40 #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져요
    여자가 나쁘네요ㅜㅜ 자기입으로 말하면되는데 오빠가 훈계하게 하다니...
  • 그리고나 2011/06/21 14:49 #

    흐음...복잡스러웠어요 당시엔. 그래도 근본이 나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었어요. 자기도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그랬겠죠.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그래도 덕분에 좋은 교훈이 되긴 했어요. 이건 나머지 부분에 다시...
  • camel 2011/06/21 15:03 #

    이십오년을 살면서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여러면에서 가장 최고조에 달했던 사랑은 제가 중학생 때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저는 아무리 그런 말을 할 상황같아보이더라도 '나이도 어리면서 무슨'이라는 말은 절대절대 안 하려고 노력하건만.
    지금이 어느때라니! 사랑할 때지!!
    아무리 첫사랑은 아프다지만, 이건 아프기전에 너무 억울하네요.
  • 그리고나 2011/06/21 15:39 #

    음 저는 대학교 1학년 때요 ㅎㅎㅎ 아 정말 그때는 반짝~반짝~했었네요. 그래도 전 참 사랑많이 받고 지내서 다행이에요. 그 이후로도 쭈욱 비참했으면 어휴...상상만해도 ㅠ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점점 조숙해지는 아이들에게 언제까지나 안된다~안된다~이래가지곤 정말 우리나라 안되겠어요 ㅋㅋ
  • Lon 2011/06/21 18:42 #

    전 뭐 인생이 차인 인생이라.. 23살까지 죽죽 차인 기억 밖에 없다는..;
    그나저나, 참..
    오라버니 되시는 분이 오빠 입장에서 한술 더 뜬 것 같긴 하네요.
    꽃이랑 이런거 죄 가지고 오셨다고 하니.
    그래도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해 주셔야하는데..

    고백받는 것도 하는 것도 그 자체로는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데.. 어찌 그러셨는지.. 근데 저 뒤에 또 있다뇨 ㅠ 고생하셨네요.
  • 그리고나 2011/06/22 00:47 #

    그래도 지금은 아니잖아요 ^^; 연애란게 뭐 고백하고 차이고 사귀고 헤어지고 또만나고 그런거 아니겠어요 ㅋ

    한술 더 뜬다라....2편을 보시면 두술 뜨는 것도 알게되실겁니다 ㅋㅋ
  • Lepetitpoisson물꼬기 2011/06/21 23:23 #

    이놈의 입시지옥!!!!사랑도못해ㅜ
    근데 만약 제가 오빠여도 그랬을거같긴해요
    팔은 안으로 굽으니
  • 그리고나 2011/06/22 00:48 #

    입시지옥 때문에 사랑을 못한다는 것은 정말 아닌거 같아요.

    근데 그랬을거 같다니요. 물꼬기님 나쁜사람 ㅠㅠㅠㅠㅠ 그러믄 안되는거에요.
  • 회고록 2011/06/21 23:39 #

    세상에 ....... 제가 차인 경우는 시발 비교도 안되는 비참이네요;;;ㅈㅅ
  • 그리고나 2011/06/22 00:48 #

    더 비참한걸 보여드리지요 으흐흐
  • Lepetitpoisson물꼬기 2011/06/22 01:04 #

    헉! 더 비참! 2편이 기대되네용 ㅎㅎ
  • 그리고나 2011/06/22 01:50 #

    물꼬기님 기대를 하신다뇨 으헣 ㅠㅠㅠㅠㅠ 저 지금 눈물 흘리믄서 쓰고있다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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